토마토 구토 사건 / 나쁜 말은 더 빨리 더 멀리 퍼져 나간다

토마토 구토 사건으로 보는 말의 확산력

우리는 지금, 어떤 유명인의 발언이, 누구나 눈이 휘둥그레질 어떤 사건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알려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빛의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과학조차 이 확산의 속도만큼은 가늠할 수 없다. 그건 너무 동시다발적인 데다 진원지는 미상이기에. 이 변화는 인터넷의 개발에 기인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단말기의 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휴대전화가 인터넷 기능까지 지원하자 사람들의 정보를 얻고 내보내는 일이 그야말로 숨쉬듯 자연스러워졌다. 보도의 권한은 더 이상 신문사와 같은 미디어 매체들만의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토마토 구토’ 사건이 알려진 것 또한 개인에게서 시작되어 빠르게 확산되었다.

지난 3월 방울토마토를 먹고 강한 쓴맛을 느끼거나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처음에는 일부 소비자에 국한된 단순 알레르기성 증상으로 생각되었으나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당국이 긴급 조사에 나섰고 얼마 안 돼 특정 품종이 원인임을 알아냈다. 국내 품종 등록번호 HS2106 (상표명 ‘TY올스타’)가 그것이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품종에서 토마틴 성분이 타 품종에 비해 높게 나타나 이 같은 증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구토를 일으킨 원인

토마틴은 덜 익은 토마토에서 생성되는 성분으로 사실 ‘TY올스타’뿐만 아니라 모든 품종의 토마토가 이 성분을 지니고 있다.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것인데, 사람이 먹을 경우 구토와 복통, 쓴맛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빨갛게 익어감에 따라 서서히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그간 문제가 된 적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토마틴 성분이 남아 있다고 해도 사실 일반적으로 먹는 양으로는 인체에 유의미한 증상을 일으키기 어렵다. 그러던 것이 TY올스타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빨갛게 익었음에도 이 토마틴 성분이 그대로, 그것도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TY올스타는 충남 일대 특히 부여 쪽에서 재배가 많이 이뤄졌는데, 다행히 현재는 시중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인을 찾자마자 정부와 농가가 발 빠르게 폐기에 나선 덕분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마음 놓고 토마토를 먹으면 된다. 그런데 시장의 분위기는 생각처럼 낙관적이지 않은 듯하다. 토마토 구토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떨어지기 시작했던 토마토 값이 문제의 품종이 확인되고, 이미 폐기가 되었음에도 회복되지 않고 되레 더 떨어지는 중이다.

나쁜 말은 빨리, 해명과 좋은 말은 천천히

4월 초에는 자그마치 60% 이상 떨어졌다. 판매량도 덩달아 받쳐주지 않으니 농가의 수확은 자꾸만 미뤄지고, 유통업체의 재고량도 계속해서 쌓이는 중이다. 뉴스에서는 당국이 토마토가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규명, 이제는 해결되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4월 18일 자 SBS biz 뉴스에 따르면 이 같은 방울토마토 농가의 어려움에 도움이 되고자 롯데마트를 비롯해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이 방울토마토의 매입량을 큰 폭으로 늘려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벌인다고 하는데,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다. 부디 이번 행사가 토마토 값 회복의 물꼬를 트길 바란다.

더불어 하나 더, 어쩌면 더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품종이 일으킨 문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자, 순식간에 공론화되었고 당국이 움직이기까지 했다. 덕분에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데에는 위에서 말했듯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는 분명 오늘날 빚보다 빨라진 정보의 확산력의 공이 크다. 그러나 나는 그 힘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정확히는 정보를 확산하는 이들의 불성실한 사후 관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사실 정보의 확산력은 휴대전화의 발전 이전에도 눈부셨다. 대왕 카스테라 사건과 쓰레기 만두 사건. 그보다 더 과거에는 우지 파동 등. 하나하나가 그 시절을 뜨겁게 달군 문제였던 만큼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 사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은 제보 하나로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순식간에 공론화되어 시장을 뒤흔들었다는 것. 어느 하나 거짓은 없었다. 실제로 몇몇 업체들의 일탈이 확인되었다. 다만 과장된 것이 있었고, 그 때문에 성실히 일하던 사람들까지 궁지로 내몰렸다는 사실도 명백했다.

대왕 카스테라 사건에서는 수많은 가맹점주들이, 쓰레기 만두 사건에서는 수많은 만두 회사의 대표와 직원들이, 우지 파동에서는 삼양식품을 비롯한 라면 업체들이 망하거나 죽거나 명성을 잃었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내용이 빠르게 퍼져 나간 만큼, 잘못 알려진 내용을 정정하는 보도나 억울한 피해자들의 이야기 또한 빠르게 확산되었다면 계속해서 살아갈 목숨이었다. 잃지 않아도 될 인생이었다. 더 눈부셨을 시간이었다.

좋은 말이 더 큰 확산력을 갖길 바라는 마음

하나의 품종이 문제를 일으키자 아무것도 모른 채 열심히 기른 게 전부였던 농가가 1차 피해를 보았다. 그게 현재는 전체 방울토마토 농가로 확산되었다. 가뜩이나 원자재와 원료비 등 생산비까지 크게 오른 마당에 생긴 일이다 보니 수많은 농가가 생각보다 더 큰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다. 위에서 말한 거대한 사건들에 비하면 작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는 여기서 다시금 위 사건들을 떠올린다.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유달리 더 큰 확산력과 파급력을 가지는데, 이를 정정하는 이야기와 선한 피해자를 방지하는 이야기의 확산력과 파급력도 그 못지않은 힘을 지니길 바란다. 이를 실현하려면 오늘날 유달리 더 강해진 말의 힘을 아는 게 첫 번째 순서일 것이다.

먼저 “토마토를 먹었더니 배가 아팠다. 토를 했다”를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다면 “TY올스타가 원인이었다. 토마틴 성분이 많았다는 게 그 이유, 다른 토마토는 이상이 없다. 늘 먹던 대로 먹으면 된다. 이제는 괜찮다“를 말하는 것이다. 그건 한 번이라도 정보를 나른 적이 있다면 꼭 져야 하는 책임이다. 더불어 조금 더 욕심을 내도 된다면, 토마토에 대해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은 이들도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토마토가 이제는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한다. 이 글은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부린 결과다.

좋은 말과 목소리가 더 큰 확산력과 파급력을 갖길 진심으로 바란다.

전성배 작가

땅에 신세를 지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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